미국의 한국 민감국가 지정 논란: 권영세 "이재명 탓" vs 현실은?
최근 미국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민감국가(Sensitive Country)**로 지정한 사실이 공식 확인되면서 정치권이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특히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사태의 원인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그의 "친중 반미" 노선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논란을 키웠습니다. 과연 이 주장은 타당성이 있는 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민감국가 지정의 배경과 의미, 그리고 권영세 위원장의 발언을 둘러싼 논쟁을 살펴보겠습니다.

민감국가란 무엇인가?
먼저 민감국가가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정식 명칭은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 SCL)"입니다. 이 목록은 국가 안보, 핵 비확산, 테러 지원, 지역 불안정, 경제 안보 위협 등 다양한 이유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국가들을 포함합니다. 민감국가는 위험 정도에 따라 세 단계로 나뉩니다:
- 테러 지원 국가: 북한, 이란, 시리아 등 미국이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한 나라들.
- 위험 국가: 중국, 러시아처럼 미국과 경쟁 관계에 있거나 안보 위협으로 간주되는 나라들.
- 기타 지정 국가: 이스라엘, 대만, 인도, 그리고 이번에 추가된 한국처럼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 등급에 속하지만 특정 우려로 관리 대상이 된 나라들.
이 목록에 포함되면 해당 국가의 연구자나 기업이 미국 에너지부 산하 시설이나 연구소에 접근하거나 공동 연구를 할 때 엄격한 사전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 2025년 1월 초 바이든 행정부 말기에 "기타 지정 국가"로 추가되었고, 이는 4월 15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는 한미 간 원자력,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등 첨단 기술 협력에 제약을 가져올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쉽게 말해, 미국이 한국을 "안보상 완전히 믿고 협력하기엔 조심스럽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이 지정이 적대 관계를 의미하지 않으며 협력이 완전히 차단되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권영세의 주장: "이재명과 민주당이 원인"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3월 17일 국회 비대위 회의에서 이번 민감국가 지정의 책임을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에 돌렸습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하고, 친중 반미 노선의 이재명과 민주당이 국정을 장악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이재명 대표는 북한에 돈을 건넨 혐의가 재판에서 입증됐고, 반미 정서를 드러내며 북한 지령을 받은 민주노총과 거리로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권 위원장은 더 나아가 "이런 인물이 유력 대권 후보라고 하니 민감국가로 지정된 것"이라며, "혹시라도 이재명이 정권을 잡으면 한미동맹에 금이 가고 외교적 신뢰가 땅에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심지어 "민감국가가 아니라 위험국가로 지정될 수도 있다"고 덧붙이며 강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재명 탓이라는 주장은 타당한가?
권영세의 주장은 정치적 공세로 보이지만, 실제로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 결정과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는 한국이 SCL에 포함된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외교부도 3월 17일 기준으로 "아직 미국으로부터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히며 정확한 배경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몇 가지 추측이 나옵니다. 첫째, 국내 핵무장론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일부 여권 인사들이 "핵무장"이나 "핵 잠재력 확보"를 언급하며 미국의 경계심을 불러일으켰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 12·3 계엄 사태와 정치적 불안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습니다. 2024년 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후 탄핵 정국은 한국의 정치 안정성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키웠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반면, 권영세가 지목한 "이재명의 친중 반미 노선"이 직접적 원인이라는 증거는 부족합니다. 민감국가 지정은 바이든 행정부 말기인 2025년 1월 초에 결정되었는데, 이는 이재명 대표가 국정을 장악하기 전 시점입니다. 또한, 이재명과 민주당이 "친중 반미"라는 프레임은 국민의힘의 정치적 공격일 뿐, 미국의 공식 입장과 연결 짓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정부의 대응과 한미동맹의 미래
외교부는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4월 15일 발효 전 민감국가 지정이 철회되도록 미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정 이유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실효적인 대응이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일부 외교 소식통은 "정치적 이유보다는 기술적·보안적 이유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하며, 심리적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문제는 이번 지정이 한미동맹에 미칠 영향입니다.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으로, 원자력과 AI 등 첨단 기술 협력은 양국 관계의 중요한 축입니다. 민감국가로 분류되면 연구자와 기업의 접근이 제한되며, 이는 장기적으로 기술 협력과 경제적 신뢰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핵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미 간 핵 협력에 제약이 생기면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론: 책임 공방 넘어 실질적 대응 필요
권영세 위원장의 "이재명 탓" 주장은 정치적 공세로 보일 뿐, 미국의 결정 배경과 직접적 연관성은 불분명합니다. 반대로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핵무장론과 계엄 사태"를 원인으로 지목하며 정부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책임 공방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정부가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지정 이유를 명확히 파악하고, 한미동맹의 신뢰를 회복하는 실질적 대응입니다. 4월 15일 시행까지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 한국이 민감국가 목록에서 제외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정쟁을 넘어 국익을 우선한 협력을 보여줄 때입니다.
